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0/08'에 해당되는 글 4건

  1. 제목없음 #0823 2010/08/23
  2. 제천 (4) 2010/08/13
  3. 옛날 생각 (2) 2010/08/04
  4. 8월 2010/08/01

제목없음 #0823

from 급하게 적어둔 2010/08/23 12:53
1. 평소 달릴 때 듣던 곡들과 달리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를 들으며 뛰고 있었다. 오랜만에 땀을 흘리며 덥지만 시원한 느낌을 만끽했다. 호흡도 고르고 세수도 할겸 뛰던 걸 멈추고 운동장 수돗가에 가서 잠시 쉬었다. 세 곡 정도 더 들으며 천천히 운동장을 돌고 오랜만에 언덕코스로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분연히 일어나 걸음을 내딛는 순간, 배수구 정도 되는 작은 구덩이에 발이 빠지며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손가락, 팔꿈치, 양 무릎이 까졌다. 큰 부상은 아니었으나 더 뛸 수는 없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많이 아팠다. 넘어진 것이 참 오랜만이었다. 2003년에 공수교육을 받을 때에는 넘어지지 않는 법을 배우느라 계속 땅에서 굴렀으니, 마지막으로 넘어진 것은 그보다 몇 해를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짧지만 그간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나는 참으로 넘어지는 것을 무서워 했다. 넘어지지 않으려 많은 애를 써왔고, 그만큼 길을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결국 넘어지게 되었고, 넘어졌다는 사실에, 다가오는 고통에, 쉽게 낫지 않는 지난함에 참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데 그렇게 아픔을 겪고 일어선 순간, 나는 이전보다는 조금 더 자라 있었다. 그래서일까, 넘어지면 아프지만, 넘어지는 것 자체는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비유적인 '넘어짐'에 관한 것이다. 실제로 상처가 나보니 이건 너무,너무 아픈 것이었다. ㅠㅠ 며칠간 열심히 연고를 바르고 나니 이제 딱지가 앉았다. 그나마 여름의 끝무렵이라 다행이다. 한창 여름의 가려움은 아마도 더 견디기 힘들었을 테니.

다만 이번에도 넘어지면서 크게 깨달은 바는 있다. 좋은 몸 상태였다면 아마 더 기민하게 대처했을 수 있을 것이다. 구덩이에 발을 딛는 순간 탓! 하고 도약하며 다른 발로 땅에 착지-. 내지는 전방 낙법을 구사하며 왼쪽 정강이의 상처로 상처를 최소화할 수도 있었을(뭐래) 것이다. 하지만 무거워진 내 몸은 둔탁하게 반응했고 그 결과 상처가 여럿. 결론은 무게를 줄여야 한다는 것. 이 결심을 하기에 다소 과한 상처일 수 있겠으나, 아픈 만큼 결의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도.

2. 안 열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국제 평화 마라톤 대회가 접수신청을 시작했다. 10월 3일 오전 8시 출발. 사실 10월 10일 대회도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는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없다. 이 승부를 미룰 수는 없다. 10km 신청. 10km로 감각을 회복하고, 그 다음 주에 하프 완주가 목표이다. 기록은 상관 없다. 9월에 어떻게 훈련할 틈을 마련할 것이느냐가 변수이다. 아마도 런닝 머신에 의지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관건은 얼마나 덜 게으르냐가 될 것이다.

3. 의도했던 것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하늘 보며 한숨을 내쉬면서도 엷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그런 일들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제법 중요하다고 여기는 순간들에 벌어지기 때문이다.

4. 지난 컨퍼런스의 영상이 나왔다. 워크샵을 보조한 프렌토 친구의 많은 배려가 느껴진다. 3분 40초 즈음 부터는 본격 병풍모드를 감상할 수 있다.ㅎ



5. 해결하지 못한 세 가지의 일들 때문에 나는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지 못하고 새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을 마냥 떠안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그 세 가지의 일들도 한참 시간이 지난 것이 되어 하긴 해야 하지만 제때 마쳤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많이 잃게 되었다. 이런 지난함을 지나오면서 나는 때로는 새롭게 샘솟는 의지에 희망을 갖기도 하다가 너무 늦었다는 자괴감에 빠지는 오르내림을 반복해 왔다. 그러는 사이 세 가지 였던 일은 때로는 한 가지로, 때로는 삼 백가지로 보이기도 하면서 결국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었다. 이렇게 문장으로 남김으로써 나는 이 세 가지 일을 마무리 하겠다는 의지를 가져 본다. 어느 것도 하지 못하느라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이라고 여겨지지만, 사실 나는 그 와중에도 어떠한 것들을 남겨 왔다. 더 이상 그러한 것들의 가치를 나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나는 이 일들을 기필코 마무리 짓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6. 내가 좋아하는 윤영이의 깊은 마음씨는 사실 16년 전에도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익숙한 윤영이 마음의 그윽함을 만날 때마다 나는 편안함이 아닌 설레임을 느낀다.

2010/08/23 12:53 2010/08/23 12:53

제천

from 급하게 적어둔 2010/08/13 02:04
1. 잠시 후 제천행 버스를 탈 예정이다. 금요일 부터 일요일. 사실 상의 제대로 된 휴가다. 올해로 4년 째. 사실 익숙할 만치 익숙해졌지만 낯설게 가보려고 한다. 처음 가는 것 마냥 맛집도 찾아서 메모해 두었다. 3년 동안 다녀왔으면서도 생소한 집들이 많다. 하지만 그동안 찾은 곳들 역시 훌륭했다. 나에게 제천은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개인적으로 2007년 개막작인 '원스' 를 넘어서는 영향을 준 작품은 아직 없다. 하지만 그것은 저마다에게 의미가 다를 터. 피터는 '체케라쵸'를 보고 오키나와를 다녀 왔으니. 영화가 좋아서라기 보담, 그냥 제천에 있는 게 좋은 거다.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그 주변을 걷고. 더우면 더운 대로, 비오는 날씨면 비가 오는 대로, 조금은 무심한 조금은 낯선 그곳 분들의 시선을 지나치는 그런 여유로움이 좋은 거다.

예전 만큼 공을 들인 것은 아니지만 눈길이 가는 영화들을 골라 두었다. 작년에 찾았던 곳들이 아직 남아 있을까.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갈 것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려고 한다. 사실, 그곳의 영화들은 그곳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 기회가 없을 수 있겠지만, 그리고 보면 좋겠지만, 보지 않는다고 해서 커다란 것을 잃는 것은 아니다. 천천히 한가로운 마음의 여유로, 휴식을 얻을 수 있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를 가득 모아서 올 수 있게 되기를.

2. 무려 8월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 이제 9월이 다가오고, 가을이 다가올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나는 어디쯤 서 있을까. 사실 지금 밀려있는 일들 때문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지 못하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갈급함을 진정으로 마주하기 위해서 지금 주변에 남아있는 일들을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

3. 9월 1일.



2010/08/13 02:04 2010/08/13 02:04

옛날 생각

from 급하게 적어둔 2010/08/04 17:47
오늘은 본의 아니게(?) 학교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청경관에서 무려 4,800원짜리 점심을 먹었고(완전 맛있었음), 잠시 선생님의 일을 도왔다. 복사실에서 출력을 하고 장부에 기입을 하고, 다시 청경관에서 대학원 동료와 길어진 수다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를 가기에 시간이 애매해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안정감, 편안함, 지금 눈 앞에 놓인 여러 선택지들과 그로 인해 성큼성큼 다가서고 불쑥불쑥 일어나는 막연함과 불안함 속에서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고향같은 마음들이 있다.

3년 전, 참으로 마음이 번잡스럽던 시절, 심리학을 전공한 내 친구는 내 마음을 잘 들여다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내 마음을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내 마음이 안 좋구나, 내 마음이 불안하구나. 마냥 웅크리고 고통스러워 어쩔줄 모르던 내게 친구의 조언은 마치 등대와 같았다.

이번에 그 친구는 앞으로 무얼 할지 잘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분명히 정하고 출발했는데 또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차분하게 생각해 보니 지금 나는 처음에 생각했던 길로부터 꽤 멀리 벗어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도서관 건물에서 불어오는 아주 시원한 바람 말고도 어떤 안정감과 편안함 속에서 내가 무슨 꿈을 꾸었던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가능성이었던 그때 꾸었던 꿈이 차라리 더 멋있어 보이는 지금, 혹시 나는 모든 것들이 이미 늦어버렸다고 섣불리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다시 반성해 본다.

한동안 너무 바쁘다고, 지금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서 스스로 내 마음으로부터 거리를 두어 왔다. 그랬던 마음이 이제 다가와 그동안 얘기했으나 내가 듣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서 보여주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놓치고 그리고 잃어왔고, 상대적으로 내가 얻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계속해서 잃어가도 괜찮은 길을 내가 걷고 있는지, 다시 돌아가서 잃어버린 것들을 구해내야 하는지 깊게 깊게 생각해볼 일이다.

내가 그러했듯, 당신들도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2010/08/04 17:47 2010/08/04 17:47

8월

from 급하게 적어둔 2010/08/01 00:36
1. 수요일에서 금요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샵에 강사로 다녀왔다. 미디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내용으로 워크샵을 진행했다. 지난 해에 비해 아이들이 친해지는 속도가 더뎌 처음에는 다소 고전했지만 저녁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만남에 약하다. 한껏 아쉬운 마음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며칠을 끙끙대기 때문이다.

지난 해 내 클래스에 왔던 아이가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 인사를 했다. 일 년 만인데, 한 두어 달 전에 만난 것처럼 안부를 묻고 또 보자, 헤어지면서 이렇게 짧은, 그래서 아쉬운 만남을 겪는 것도 좋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요일부터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일에 쫓기느라 작년과 마찬가지로 워크샵에 가서도 강의 준비를 해야 했다. 덕분에 제대로 쉬지 못하였다. 내년에도 초청받게 된다면 그땐 더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을까?

워크샵 끝나기 전 서로에게 한 마디씩을 적도록 했는데, 아이들이 나에게도 인사를 담은 쪽지를 주었다.

2. DOC 새 앨범, "부치지 못한 편지"는 그렇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 뻔 했다. 부담 때문에 콘서트 장에서도 듣지 못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미친듯이 사랑했던 여자한테 말이야"라는 가사를 들을 때마다 묘한 울림을 느낀다.

3. 워크샵 네트워크 파티에서 "신나는 섬"의 공연을 듣게 되었다. "초록"이라는 곡이 참 좋았다. 아직 앨범이 없다고 하는데 꼭꼭 내주었으면 좋겠다.



4. 8월 첫 주는 휴가다. 계속 진행해야 하는 업무와 개인적으로 마쳐야 할 일들도 있어 온전히 쉬지 못하겠지만 출퇴근 하지 않는 자유를 6일 간 확보했으니 어느 정도 숨 고르기는 할 수 있을 듯 하다. 작년 휴가는 논문 등으로 온전히 쉬지 못했기 때문에 거의 2년 만에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요즘 느끼는 이 하중이 쉬지 못해 생긴 것인지 아닌지는, 다음 한 주를 보내보면 알 수 있겠지. 이번 한 주는 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계획표를 세우고 움직여봐야 하겠다.

5. 등록금 4회 분납신청을 하고, 스케쥴러에 날부일을 적어 두었다.

6. 이제 나가 운동장을 뛰면서 생각들을 찬찬히 정리해 볼 차례다.

7. 굿 나잇. 푹 자고 좋은 꿈 꾸기를. 내게 힘을 주는 그 미소를 많이 지을 수 있도록.


2010/08/01 00:36 2010/08/01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