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42.195'에 해당되는 글 11건

  1. 연구계획서 2010/03/22
  2. 개강 2010/03/06
  3. 24시간 커피숍 2010/01/12
  4. 고등어 2009/12/21
  5. 선택 2009/03/12

연구계획서

from 42.195 2010/03/22 02:12
1) 연구의 목적 및 필요성
2) 연구내용 및 방법
3) 기대효과 및 활용방안
4) 기타 연구사항

이루기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비교적 빨리 깨달았지만, 내가 쓴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첫 번째 페이퍼를 썼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그땐 다소 낙담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오히려 축복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 자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평일 중 매일 여덟 시간 노동을 하고, 그 중 삼 일은 세 시간의 수업을 듣고, 수업을 듣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료를 읽는데 보내고, 삼 주에 한 번 정도 여섯 시간 노동을 더 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나는 여러 싸움을 하고 있다. 시간과의 싸움, 습관과의 싸움, 체력과의 싸움, 결국은 내 안에 깊이 자리한 게으름과의 싸움.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한 달 간의 적응기간을 더 늘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꾸 뒷걸음 치게 되지만 강하게 기대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부딪히면서 차츰 익숙해져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 자꾸만 부딪힐 것이다. 그리고 나는 믿고 싶다.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2010/03/22 02:12 2010/03/22 02:12

개강

from 42.195 2010/03/06 03:29
개강 첫 주를 보냈다. 단지 수업에 참석했을 뿐인데도 한 주가 금세 지나가 버렸다. 오전 등교 오후 출근 / 오전 출근 오후 등교 후 다시 출근의 스케쥴도 어쨌든 무사히 잘 치렀다. 여기에 리딩과 발제가 더해지면 하중은 더 커질 것 같아 초큼 많이 부담은 된다.

번역본 리딩이 허용되는 세미나에서 번역본을 구한 원서 제본을 무더기로 취소했다. 예전 같으면 원서도 사고 번역본도 구했겠지만, 원서를 자주 넘기게 될 확률과 그나마 번역번을 완독할 확률이 비슷한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세미나들은 모두 마음에 든다. 필요한 분야/낯선 분야/좋아하는 분야로 구분할 수 있겠는데, 각 분야들이 관심사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선생님들도 좋다. 오랜만에 수업을 들으려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힘이 들어가게 되는 것을 느낀다.

수업 외에도 즐거웠던 것은 꽤 오래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났던 것이다. 짧게는 잠시, 길게는 식사도 차도 함께 나누면서 밀린 근황도 묻고 회포도 풀고. 다음을 기약하기도 하고.

가끔, 너무 멀리 와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많은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득해질 때가 있다. 가끔은 짐짓 마음이 앞서기도 하고 때로는 몸이 신호를 보내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문득 이런 순간들을 너무나 간절히, 때로는 막연히 그리고 바랬던 예전의 어떤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잘 할 수 있다, 해낼 것이다, 라는 의무감을 내포한 말 보다는 "잘 하고 싶다"라는 말로 시작해 보려고 한다.


4월 4일 레이스를 위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2010/03/06 03:29 2010/03/06 03:29

24시간 커피숍

from 42.195 2010/01/12 01:58
지하철역에서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다 집 근처 24시간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섰다. 이곳에 들릴 때면 즐겨 찾던 메뉴가 단품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핫 쵸코를 하나 주문한 뒤 앉았다. 내 방 책상에 앉는 순간 졸음과 귀차니즘이 벌떼처럼 몰려 올 것이 분명하므로, 차분한 이곳에서 최대한 더 해보려고 들어섰는데, 위치가 위치인지라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든다.(찬 바람 덕에 졸음은 확실히 방지해주는 듯)

곳곳에 앉은 사람들은 어떤 연유로 이 시간에 앉아 있는지 궁금하다. 오늘도 많은 것들을 보았고 또 스쳐 지나갔다. 그것들을 언제쯤 차분히 갈무리 할 수 있게 될까. 아니면 혹시 보는 순간 딱 정리할 수 있는 내공을 지니게 될 수는 없는 걸까.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결승선이 있는 춘천 종합 운동장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을 떠올려 본다. 그동안의 레이스에서 늘 그러했듯 결승선 앞에서는 질질 끌다시피 내딛던 발도 힘차게 내딛고, 허리 펴고 어깨 펴고 고개 들고 표정은 차분하게, 했던 것처럼, 자, 지금도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 마지막까지 힘차게.

아직도 까마득하고 막연하지만, 거의 다 왔다. 거의.

힘내

2010/01/12 01:58 2010/01/12 01:58

고등어

from 42.195 2009/12/21 02:36

고등어
/ 루시드 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 다시 바다를 가르네

몇 만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나는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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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고등어가 꽃등심보다 값이 싸겠지만 어디 꽃등심보다 덜 비싼 것이 고등어 뿐이랴.
과연, '고등어'와 '가난한 이들의 식탁'과의 연결은 정당한 것일까.
어쩌면, 고등어가 원하는 것은 인간으로부터 '골라지지 않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곡을 쓴 사람이 '사람이었네'를 쓴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아직 의아하다)

그렇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긍정적인 밥>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긍정적인 밥
/ 함민복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듯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도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산문집 <미안한 마음> 中, 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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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성도 전이지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게 누구든, 그에게 내 글이 내가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그랬던 것처럼,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해가며 읽을 만큼'의 글이 될 수 있을까.

단 한 줄이라도, 그러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논문을 쓰는 과정은 내려놓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 잡히지도 않는 욕심과 의욕 그리고 부푼 기대를 줄이고 접고 놓다보니 이제 글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하나의 마음만 남아 있다. 아직도 많은 온점을 찍어야 하지만 이제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다.

2009/12/21 02:36 2009/12/21 02:36

선택

from 42.195 2009/03/12 01:48
선택의 순간.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순간에 내리는 선택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수 많은 결과들을 만들어 냄을 깨닫게 되었다. 돌아보면 정말 그랬다. 어느날 문득 돌아보았을 때 내 일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은 단 한 번도 미리 그려보지 않았던, 대부분 우연한 기회를 통해 시작하게 된 것들이었다. 사실, 이건 참 신나는 일이다. 두려워하지만 않는다면 계속해서 새로운 일들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전혀 새로운 가지를 치는 만큼, 택하지 않은 다른 선택지들로부터 출발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어쩌면 영원히 포기해야 하기에, 선택의 순간에는 대개 겸허해진다. 예전에는 고르지 않은 다른 선택지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선택이라는 것이 선택과 포기로 나뉘어지는 것이 아닌, 먼저와 나중으로 나뉘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떤 선택은 선택한 이후 평생이라는 기간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하지만 뚜렷이 답이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올려두고 세워두었던 계획과, 지금의 나와, 선택에 따른 예상되는 경로를 모두 펼쳐놓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고른 결정에 최선을 다하고, 고르지 않은 선택지를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이냐고.
2009/03/12 01:48 2009/03/12 01:48